흉악범의 인권. 어디까지 지켜져야 할까요?
흉악범의 인권. 어디까지 지켜져야 할까요?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9.04.15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에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중 가해자는 평소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울증을 포함해 심신장애라는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같은 달 21일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됐다. 이번 사건 외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거나, 감형받고자 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신상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있는 ‘심신미약’과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결정짓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심신장애 :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는 상태로 심신상실심신미약으로 나뉜다.

- 심신상실 : 자기 행위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상태

- 심신미약 :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일시적이거나 중독 및 노쇠상태가 해당된다

※ 해당 기사에서는 문장의 통일성을 위해 심신미약심신상실상태를 심신장애로 표기했습니다.

심신장애법

  형법상 심신장애인은 한정 책임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심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범죄자의 경우 심신장애법이 적용돼 형을 감경받거나 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심신장애는 범죄자들이 형을 조금이라도 적게 받기 위한 단골 항변 멘트로 악용되고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역시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의 상태가 심신미약에 해당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심신장애는 법률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범행 당시 가해자의 상태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판사는 여러 정황 증언 의학적 감정 및 소견에 따라 가해자가 범죄 당시 판단력과 의사 결정 능력이 없었는지 확인 후 법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대한민국 형법 제 10(심신장애인) (이하 심신장애법) 

대한민국 형법 제 10조는 심신장애에 관한 법조로 심신장애인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2.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3.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계속되는 감형 논란. 해결책은?

  △강남역 살인사건 조두순 아동 강간상해 사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그리고 가장 최근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까지 심신장애로 감형받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를 본 국민들은 심신장애법이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사건으로 심신장애 감형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도 거세지면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찬성 네티즌 A : 심신장애자의 감형이 과연 헌법에 따라 진정 피해자를 고려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더는 심신장애가 형량감형쿠폰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반대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감형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며, 피의자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심신장애 감형 제도가 필요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하 문 검찰총장) : 이번 기회에 심신미약 판단 사유를 좀 더 구체화·단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 이를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

피의자 신상공개법

  피의자 신상공개는 헌법과 형법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죄추정 원칙피의사실 공표에 어긋난다. 그러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 8조의 2’에 따라 살인, 성범죄 등 강력범죄만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 8조의 2
(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이하 피의자 신상공개법)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의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1.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2.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3. 국민 알권리 보장,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4.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2조 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1항에 따라 공개를 할 때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

신상공개 언제 이뤄지나?

  피의자 신상공개는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경찰 수사 초기부터 이뤄졌다. 대표적 예로 1982년 발생한 우범곤 총기 난사 사건1994지존파 연쇄살인 사건이 있다. 그러나 2004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인권 수사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4유영철 연쇄살인 사건2009강호순 연쇄살인 사건등을 계기로 2010피의자 신상공개법이 신설됐다. 그 후 경찰은 피의자 신상 공개법령에 따라 사건별 심의위원회를 열어 무죄추정원칙과 피의자의 인권까지 고려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뿐만 아니라, 지난 8월 발생한 과천 토막살인 피의자와 2017년 발생한 어금니 아빠 사건 역시 피의자 신상공개법의 대부분 사항을 충족해 신상이 공개됐다.  하지만 범죄자 신상 공개 결정은 강력범죄여도 모두 다 이뤄지진 않는다. 2017년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낸 인천 여아 살인 사건피의자는 미성년자임을, 같은 해 발생한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지역감정 및 지역사회의 평판 저하 등을 고려해 신상 비공개가 결정됐다.

신상 공개 찬반논란

  법 개정을 통해 신상 공개 기준을 확립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찬성 : 리얼미터가 성인 5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87.4%가 신상 공개에 대해 찬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범죄자의 인권 보호보다 피해자의 인권과 공익 보호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

반대 : 실명 이상의 신상 정보 공개로 얻는 범죄예방의 효과 등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개를 반대. 신상 공개로 피의자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인권 침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2016년에 발생한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신상이 공개되자 그의 주변 인물에 관한 정보가 누리꾼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공개됐었다.

  최근 들어 잦아진 흉악범죄와 갈수록 잔인해지는 범행 수법으로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러나 심신장애라는 핑계로 흉악범들의 잔혹함이 가려지고 있다. , 신상 공개에 대한 모호한 기준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함을 가중시켰다.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선 저지른 죄에 비례한 처벌을 구형할 수 있는 제도와 신상 공개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김현지 기자 hyunjizi21@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