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를 지켜주세요.
‘골든아워’를 지켜주세요.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9.04.15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지자체에서 1800억 원을 들여 안전체험 테마파크를 지었다. 이 금액이면 중증 외상 센터 전체 건립비용을 상회하며, 소방 항공대 두세 곳을 창설할 수 있는 금액일 것이다이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의(이하 이 교수) 골든아워의 한 대목이다. 이 교수는 책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예산 부족 얘기를 자주 한다. 권역 외상센터 중증외상 전문치료 체계 구축 예산(이하 이국종 예산)은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 쓰이지 못한 채 불용(不用)예산이 되고 있다.

  올해 발표된 ‘2017 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16개 권역외상센터의 지난해 평균 예산 실제 집행률은 77.8%였다. 나머지 688000만원은 전담의료진 47명을 충원할 금액이었으나 쓰이지 못했다. 외상센터 일이 고되고 의료사고 위험도 높아 의료인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아덴만 여명작전’* 이후부터 중증외상센터를 통한 치료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2012514일 중증외상센터 설립 등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이하 이국종 법)이 통과됐다. 개정된 응급의료법을 통해 권역(대형)외상센터와 지역 외상센터 지정 및 행정·재정적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더디기만 하다. 의료계에서 생사가 오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60분을 골든아워라고 한다. 그 시간 동안 구조 이송 응급수술 등 모든 과정이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중증외상환자들의 평균 이송 시간은 골든아워를 훌쩍 넘기고도 남은 245. 그사이에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 나갔고,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를 예방 가능한 사망이라 명했다.

* 아덴만 여명작전 : 20111월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 만 해상에서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작전.

  필자는 이와 같은 문제가 중증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전기 교체를 요구한 지 7년이 넘어가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보급이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닥터헬기**의 경우 야간 출동과 비행이 불가해 소방헬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불가 사유는 닥터헬기 소리가 너무 커서 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 그러나 닥터헬기 야간 비행 제한을 풀더라도 환자를 받을 인계점***이 드물어 제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다.

**닥터헬기 : 의료진이 탑승해 출동하는 헬기로, 응급환자 치료와 이송 전용으로 사용돼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린다.
*** 인계점 : 환자를 태우거나 내리게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이·착률을 허가받은 지점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헬기에 탑승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보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소방헬기로 환자 이송 중 다치거나 사망해도 국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 이유는 닥터헬기가 아닌 소방헬기를 이용해 환자 이송을 하라고 강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지원과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잘 갖춰진 해외의 외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영국의 런던 에어 앰뷸런스처럼 인계점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착륙을 해서 환자를 인계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만약 불가능하다면 지역 소방서 헬기 착륙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지금처럼 일회성 예산 증액이 아닌 의료진들이 마음 놓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병원 근처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예산이 확충되고 필요한 장비가 들어와도 지금처럼 자신의 생활에 불편함을 느껴 불만을 제기한다면,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못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말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아무도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 없고, 알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더 시스템을 알 수 없다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더는 여기는 한국이잖아라는 이유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선진국화하는 것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

/김현지 기자 hyunjizi21@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