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감정노동'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감정노동'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8.09.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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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라는 단어는 미국의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의 저서인 『감정노동(The Managed Heart)』에서 처음 등장했다. ‘감정노동자’란 고객 응대 시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사업장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만 보여줘야 하는 노동자를 말하며, 대부분 △판매 △유통 △관광 △의료와 같은 대인서비스업에 종사한다. 남을 위하여 돕거나 봉사해야한다는 이유로 그들은 고객의 폭언과 폭행에 인권을 침해받고 있지만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 피해사례

  (1) 죽전 신세계 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폭언·폭행

     지난 7월 5일 신세계 백화점 죽전지점 SK매장에서 42세 여성 A 씨가 해당 브랜드 제품 사용 후 피부에 이상이 생겼다며 매장 직원에게 욕을 하고 제품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현재 A씨는 폭행혐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A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사건 현장에 있던 손님 중 한 명이 A 씨가 던진 화장품 병에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따라서 A 씨에게 특수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를 추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 구미 차병원 응급실 의사 폭행

     7월 31일 새벽 3시 20분 쯤 경북 구미 차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전공의 김 모 씨가 술에 취한 25세 남성 B 씨로부터 철제 혈액 트레이로 머리를 가격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B 씨는 사건 당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다음 날 불구속 입건 후 석방돼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영장심의위원회 (이하 심의위)는 B 씨가 폭력 전과가 없는 취업준비생이며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심의위로부터 나온 결과를 토대로 B 씨를 석방했으며 불구속 상태에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리 러셀 혹실드 『감정노동(The Managed Heart)』
앨리 러셀 혹실드 『감정노동(The Managed Heart)』

감정노동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

  위의 사례와 같은 정신적·육체적 피해로부터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다양한 노력 중이다.

  고객과의 접점이 많은 백화점과 은행의 경우 '폭언 시 처벌'이라는 경고 문구를 담은 내용의 스티커를 사업장에 부착하고 별도의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콜센터의 경우 상담원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소위 말하는 진상 고객을 퇴치하기 위해 '먼저 전화 끊을 권리'라는 제도가 생겼다. 이는 상담원이 고객으로부터 과도한 언어 폭력에 시달릴 경우 경고 2회를 주고 이것이 지속되면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GS칼텍스는 자동응답시스템인 ARS가 고객의 짜증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 마음이음 연결음' 캠페인을 시행했다. 현재 LG유플러스, 롯데백화점, 카카오 등 19개 이상 기업·기관에서 마음이음 연결음을 실제로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전화 연결 시 상담원들의 아버지 혹은 남편과 자녀의 목소리로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등의 멘트를 연결음으로 들려준다. 이러한 특별한 통화연결음을 통해 이들도 누군가의 가족이자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주고자 했다.

감정노동자보호법

 

  과거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 (이하 한 의원)이 발의한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추가돼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 26조에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ㅇ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라는 이름으로 속해있으나, 대다수에게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 불리고 잇다.

  해당 조항은 고객응대근로자에게 신체적·육체적 고통이 유발되는 행위 발생 시, 업무를 일시적 중단하거나 전환하는 등 사업주가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게 했다. 만약 이러한 조처를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노동자에게 부당한 해고 및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에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정노동자보호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조항으로 아직은 상황을 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의원은 "노동부가 감정노동자의 산재 인정 범위를 넓혔지만 정작 감정노동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예방조치는 마련되자 않았다"며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장시간 논의 끝에 통과돼 의미가 큰 만큼, 이후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점검 및 보완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이렇듯 기업과 정부에서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면 감정노동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을 잘못하면 상처를 줄 수 있으니, 늘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자신이 무심코 한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나부터 먼저 상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