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붕괴한 이유를 알고 있다. 아니 막을 수 있었단 사실을 안다. 여러 부실 공사 및 운영상 묵인 등의 이유는 이제 진부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욕심을 대변해왔다. 처음부터 ‘잘 지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경기를 비롯한 수도권 및 중부 내륙지역은 큰 피해를 봤다. 서울 기준 하루 약 400mm의 폭우가 내린 것은 1907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형성된 강한 비구름이 북쪽의 찬 공기,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충돌해 폭우를 일으킨 것이다. 이번 피해는 상당했다. 다수가 실종·사망했고, △감전 △주택과 차량 침수 △토사 매몰 등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재산적 피해 또한 막을 수 없었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왔기 때문이다.

*정체전선: 양쪽 기단이 부딪힐 때 생기는 경계면인 전선이

한곳에 오래 머물러있거나 느리게 움직이는 것.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 원인은 다양하다. 이에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엘니뇨 및 라니냐 현상 등이 주요 원인”이라 말한다. 엘니뇨란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며, 라니냐는 이와 반대로 낮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 현상들의 실질적 원인은 누구나 아는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인한 온실 효과’인데, 이는 △화석연료 연소 △산림 훼손 △농업 활동 증가 등이 뒷받침한다. 더불어 원자력 발전의 영향도 상당하다. 한국은 친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이용률이 많은 편이다. 이는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이익률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막대한 폐기물량 및 처리 비용 등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SMR(소형모듈 원전)**을 내세운 윤석열 현 정부는 당장 앞에 놓인 이익을 좇기보다, 이미 배출된 쓰레기와 앞으로 쌓일 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특이기상으로 갑자기 찾아오는 재해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원전의 봇물을 예견하고, 사전에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현 정부를 비롯해 앞으로 그들이 앞장서 해결해 나가야 할 국가적 과제일 것이다.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대비체계 구축을 촉구하듯, 빠르게 재해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보여준 K-방역의 위상에 맞게 우리 정부는 재해 대응 체계 또한 서둘러 구축할 필요가 있다.

**SMR(소형모듈 원전): 기존 원전보다 발전 용량 및 크기를 줄여

복잡한 안전장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원전.

기상청은 폭우 당일 “오늘 아침 서울 등 수도권에는 최대 50mm가량의 비가 내리겠다”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실제 내린 강수량은 시간당 51mm로 많은 양이었으며, 호우 특보 역시 비가 내린 지 한 시간이 지난 뒤 발령됐다. 그들은 “실황 분석을 통해 보도한 것”, “여름철에는 대기의 불안정성이 커 빠르게 지나가거나 오래 머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기상청의 오보는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이로 인해 몇몇 사람들은 기상청을 ‘구라청***’이라 부르고, ‘기상망명족****’이 탄생했다.

***구라청: 거짓말을 의미하는 ‘구라’와 기상청의 ‘청’을 합성해 기상청의 적중률을 속되게 이르는 말.

****기상망명족: 기상 오보로 인해 한국기상청 예보 대신 해외기상청의 예보를 보는 사람들을 뜻함.

그들은 최근 폭우로 인한 재난 상황 또한 “기상청의 느린 대처로 인해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라 말한다. 기상청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이는 비단 본질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상청 또한 예측하지 못한 기상이변을 우리가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남구의 경우, 주요 원인으로 △낮은 지대 △높은 건물 밀도 △지중화***** 촉진을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강남구민 빗물 펌프장 반대, 담배꽁초 및 쓰레기 배수로 투기 또한 문제였다. 이에 배수로가 순식간에 막혀 침수로 이어진 것이다.

*****지중화(=지하화): 땅에 묻거나 설치하는 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폭우 예보 발령 후,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라”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제 더 이상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처보단, 단단한 체계 아래 국민의 안전과 국가 경제 손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배수 시설 정비 및 환경 구축과 더불어 우리 국민들도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그 폭풍이 거세질 수 있음을 직시하고, 함께 변화해야 할 차례다. 처음부터 ‘잘 짓는다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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