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소(편집국장)
박미소(편집국장)

 

디지털 시대에 도래하면서 통화보다는 텍스트 위주의 소통이 증가했다. 그러나 MZ세대 사이에서는 통화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콜 포비아현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가수 아이유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아무하고도 통화를 못 한다’, ‘엄마랑 통화를 하더라도 전화가 오면 조금 불편해진다는 말을 하며 콜 포비아를 겪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후 많은 이들이 콜 포비아(Call Phobia, 전화공포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콜 포비아라는 개념은 1994년 존 마셜의 저서 소셜 포비아에서 처음 유래했다. 이 개념이 등장한지는 이미 10년도 더 됐다. 그러나 2000년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버튼만 누르면 직접적인 대화 없이도 연락과 배달 등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이 현저히 줄었던 시기를 거치면서 전화를 기피하는 콜 포비아 현상이 다시금 떠오르는 문제가 되고 있다. 전화통화를 기피하고 통화보다는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콜 포비아. 전화가 울리면 깜짝 놀라고 긴장이 돼서 일부러 무음으로 설정해 놓는다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다. 단순 현상을 넘어서 증상이 악화되면 정신과 치료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통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대표적인 이유로는 낯선 상대와 대화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미리 고민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특히 20대들은 모르는 상대와 통화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텍스트 위주의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렇듯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한 MZ세대에게는 콜 포비아 증상이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

세대를 구분짓는 현상 중 하나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성격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거나 내성적인 성격일 때, 혹은 전화로 큰 실수를 하거나 비난을 받았을 때도 전화 공포증이 생긴다.

우리는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도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가 가능한 세상을 살고 있다. 음식 주문이나 각종 예약도 앱을 통한 클릭 몇 번 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환경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텍스트 위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욱 편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외출을 할 때면 블루투스를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하며 밀린 수다를 떠는 습관이 있다. 평소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전화 공포증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 진단을 내려본다. 편한 상대와 하는 통화와는 달리 업무 관련 전화를 할 때면 왠지 어색하다. 되도록 전화를 피하려는 마음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 전화를 할 때 신호음이 몇 번 울려도 받지 않으면 얼른 끊는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을 때 안타까움보다는 오히려 마음 한 구석에 안도감이 들 때도 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문자메세지 창을 열고 용건을 전송한다.

최근에는 누군가를 만나면 전화번호를 주고 받기보다는 SNS 친구 추가 정도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관계가 유지돼 왔는데 어느날 전화를 하려고 하면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 평소에 스마트폰을 몸에서 떨어뜨리는 일이 거의 없지만 막상 전화를 주고 받는 것은 어렵고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수다테라피라는 말을 자주 하는 만큼 말의 힘, 수다의 힘을 믿는 편이다. 음성을 통한 소통이 사라지는 것을 시대의 흐름으로 마냥 받아들이기보다는 콜 포비아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 전에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아직은 목소리가 전하는 온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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