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수(문화부 차장)
하지수(문화부 차장)

 

지난 해 1230일부터 올해 310일까지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인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드라마다. ‘더 글로리는 우리나라에서 신드롬*을 불러오며 큰 인기를 끌었다. ‘더 글로리의 여파로 각종 유행어와 패러디가 등장했고 더불어 물 아래 감춰져 있던 학교폭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드롬 : 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과 같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현상.

학교폭력이란 주로 교내에서 발생하는 공격적 행동을 말한다. 학교폭력은 신체적 공격 언어적 공격 정서적 공격으로 나뉜다. 신체적 공격은 신체·물리적 폭력을 가하거나 금품 등을 갈취하는 행위를 말하고 언어적 공격은 별명을 부르거나 협박하는 것을 말한다. 정서적 공격은 나쁜 소문을 퍼트리거나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정서적 공격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정서적 공격에서 사이버 공격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학교폭력으로는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불링 폭행 등이 있다.

올해 1월 경악을 금치 못할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대구광역시의 한 모텔에서 남중생이 동급생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SNS에 생중계한 것이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친구가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예전 폭력 영상까지 경찰에 제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무거운 죄질과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에서 더 눈에 들어온 사건이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 이종길 부장판사는 범행을 주도한 피의자와 공범에게 각각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받은 상처와 고통이 고작 징역 몇 년으로 보상될지 의문이다. 더불어 2011년에 발생한 대구 중학생 집단 괴롭힘 자살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13세이던 피해자 권승민 군은 유서 한 장을 남기고 7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했다. 8개월 동안 지속된 물고문 폭행 절도는 피해자가 죽고 나서야 끝이 났다.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도 가해자들은 어떤 죄의식이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교사들의 후안무치한 태도와 재판부의 판결이다. 교사들은 사건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인터뷰에 응하지 못하게 막고 피해자 책상에 꽃을 올리는 것도 금지했다. 마치 피해자가 문제라는 듯한 교사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재판부도 다를 것은 없었다. 학교폭력 증거만 96개가 나왔고 수많은 증언이 있었음에도 가해자들에게 각각 징역 36개월·3년을 선고한 것이다. 이마저도 형량이 많다는 가해자들의 항소를 받아들이면서 각각 3·26개월로 감형됐다. 죽음 직전까지 겪어야 했던 끔찍한 학교폭력의 고통은 고작 징역 3년이라는 처벌로 막을 내렸다. 법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함을 왜 알지 못할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이 암울하게만 느껴진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학교폭력 관련 법률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행정적 징계 처분 외에도 형법등 형사법상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은 미미하다. 재판까지 가지 않는 경우도 파다하고 설사 간다고 해도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학교폭력은 단순 아이들의 장난이 아니라 정신적 살인이라고 생각한다. 남겨진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과 후유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고작 징역 몇 년으로 사라질 고통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부분은 강력한 처벌과 규제의 강화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정신과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폭력은 친구끼리 하는 장난이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범법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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