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사랑인가요?
이것도 사랑인가요?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0.10.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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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랑인가요?

39기 김민지(부편집국장)

 

지난 3, 헤어진 애인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잡혀 극단적 사태로 치닫지는 않았으나 자칫 잘못했다면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인 데이트폭력은 매년 흉포화 되며,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18000여 건으로 이 중 형사 입건된 사람은 1만 명이 넘는다. 다른 사건 유형과 달리 피해자의 신고가 없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성상 신고 되지 않은 데이트폭력 사건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데이트 폭력은 집착형 범죄인 체포 감금 협박의 사례로도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6일 발표된 경찰청 데이트폭력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총 43046명이다. 평균적으로 연간 9566명이, 하루당 26명이 검거된 셈이다. 폭행·상해로 검거된 경우가 31304건으로 가장 많으며 감금·협박·체포 4797성폭력 571살인미수 144살인 69건이 뒤를 이었다. 이는 데이트폭력이 단순히 폭력의 문제가 아니며, 반복될 경우 폭력 수위가 점차 심각해져 더욱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간 한국 사회는 연인 간의 다툼을 단순한 사랑싸움으로 여겨왔다. 데이트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은 크게 존재하지 않으며 연인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적 문제로 취급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이다. 어렵게 폭행당한 사실을 고백해도 네가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 “얘기 잘 나눠서 화해해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그렇게 피해자들은 폭행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게 되고 반복되는 폭력에 노출되며 그를 당연시하게 된다. 실제로 데이트폭력 행동 경험이 있는 상대방과 결혼한 비율이 38%로 높게 나오는 등 데이트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결혼에 이르는 이들이 다수 존재했다. 이처럼 폭력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사랑과 폭력을 혼동해 이뤄진 결혼은 이후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의 고리가 될 수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데이트폭력을 처벌하기 위한 실질적 법안의 부재로 벌금을 내고 쉬이 풀려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은 반복되는 폭력 속에 떨고 있다. 법안의 부재로 인해 데이트폭력이 반복 범죄로 이어지고 있으며 점차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들이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한다는 점 또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법안의 도입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영국은 연인 관계라면 상대방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한 클레어법이 현존한다. 미국 또한 여성폭력방지법을 도입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가 이뤄지더라도 가해자를 의무적으로 체포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데이트폭력 발생 빈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막을 효과적인 법적 규제가 없다. 데이트폭력을 처벌하자는 취지의 데이트 폭력 특별법’*2017년 발의됐으나 2020년이 된 현재까지도 국회 계류 상태에 머물고 있다. 2019년 여성폭력기본법이 시행되기도 했지만, 가해자 처벌이나 범죄 예방보다는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 사전적 예방이 어렵다는 점에서 그리 실효성 있는 법안이 아니다.

 

*데이트폭력특별법: 데이트 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법안. 피해자 보호를 중점으로 폭력 행위 예방과 처벌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폭력행위가 벌어지기 전 폭력 행위 자체를 예방하는 것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적 규제 장치만큼 필수적인 것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사랑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연인 사이라 해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 사랑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연인 둘 다 깨달아야 한다. 연인이라는 전제를 뺀다면 둘은 독립된 인격체이므로,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데이트폭력이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데이트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들은 내 주변, 혹은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더는 연인이라는 관계의 이름 뒤에 숨어 범죄를 행할 수 없도록 정부의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행해져야 한다.

 

/김민지 기자 downwithme@naver.com